중쇄 찍는 법 - 잃은 독자를 읽는 독자로 (마케팅, 책 만들기 관련 책)
아기가 읽을 만한 도서를 빌리러는 도서관을 자주 갔지만 내가 읽을만한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간 것은 참 오랜만이였다. 오랜만의 도서관에서 마케팅 관련 책을 이리저리 찾아보았는데 영 마음에 드는 것들이 없었다. 이제는 마케팅책은 다 거기서 거기인 느낌. 그래서 다른 신간들로 눈을 돌렸는데 몇 가지의 책을 찾았다. 그 중에서 관심 있는 책을 하나 발견하여 읽었는데 그것이 '중쇄 찍는 법' 이라는 책이다.
내가 정리하고 있는 돈 안들이고 마케팅 하는 방법, 그 방법의 시초는 아마도 출판사가 아니였나 싶다. 나 또한 출판사에 다니면서 이런저런 마케팅을 많이 시도해보았고, 특히나 돈 안들이고 하는 마케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다. 출판사는 신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어떤 책은 마케팅을 공들여서 해야하지만 또 어떤 책은 미안하지만 적당히 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
지금은 출판사에 몸을 담고 있지 않지만 중쇄를 찍자라는 제목이 끌렸던 이유는 중쇄를 찍는 다는 것은 곧 그 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떻게 책을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했는가가 궁금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접목시킬만한 일이 있는지도 궁금했고. 결과는 여러모로 쓸모있는 책이였다. 다만 그 쓸모있음이 책이라는 시장에 있었거나, 있는 사람들에게 쓸모있다는 뜻이다. 아니, 어쩌면 책 만들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미리 읽는다면 오히려 방향성에 도움이 될 지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제목을 짓고 차례를 꾸리고 교정을 보고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모든 영역이 종국에는 '제조업'의 영역에서 완성도를 증명하는 일인 것이다. 창조의 영역에서는 실수도 기회의 일부이고 아이디어의 발판이 되지만, 제조의 영역에서 실수는 '불량'을 의미한다. (27p)
도대체 이 책이 어떻게 팔리기 시작한 것일까, 이렇게 저렇게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책이 잘 될 때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듯했다. 어느 책 소개 유튜브 채널에 이 책이 나왔고, 그 책 소개가 구독자들을 심하게 설레게 했고, 단기간에 책이 왕창 팔리면서 순식간에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으며, .... (33p)
이 구절에서 중요한 단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으며, 이런 운을 타고나야된다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을 심하게 설레게 했고'에서의 '설레다'라는 단어다. 소비자를 설레게해야 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도서도 그렇게 만들면 된다. '반드시 사서 봐야 하는 책'이 되려면 독자가 손에 쥐었을 때 총체적인 만족감을 주게끔 책을 만들어야 한다. (34p)
독자적인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쉽게 얻지 못하는 내용일수록 흥행의 원동력이 된다. (40p)
나는 첫 책 '날마다, 출판'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돈을 안 쓰고 노출되는 방법은 단 하나다. 적절한 기획의 책이 잘 만든 형태로 나와 주는 것이다.' (123p)
내 지론은 마케팅은 잘 만든 제품을 떠받치는 역할이다. 일단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전복성이 구현된다. (51p)
우연히 이 책과 같이 빌린 책에서도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 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고, 하고 싶은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팔리고 안팔리고는 얼마나 내 생각과 비슷한 사람들이 많느냐 적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어째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세상은 좀 더 풍부해 질 것이다.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이근상, 몽스북, 2021)' (70p)
다음에 읽을 책
'1인출판사에 웬 마케터?' 싶으실지 모르겠다. 멀리깊이는 휴먼큐브라는 출판사의 투자를 받은 법인회사로, 휴먼큐브에 시스템비를 내고 마케팅, 제작, 경영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관계다. (70p)
신기한 서비스라서 메모해두었다.
PPT의 구성
1. 기획안과 표지 - 책이 나온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디자인의 표지
2. 저자 소개 - 주요 경력을 반드시 넣되, 우리 출판사가 저자에게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경력과 철학을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용도로 작성
3. 기획안 차례
4. 타겟 독자 분석 - 연령대와 분야 뿐 아니라 '타겟 독자와 우리의 경쟁도서 또는 연계도서와의 관계'에 집중해서 분석. '초등 고학년'이라 쓰지 않고 '최근 이런이런 도서를 읽고 이런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몇 살 어린이'와 같이 상세히 작성. '사용자 여정 지도'를 작성하는 기업도 많은데, 책이라면 타깃 독자에 페르소나를 부여함으로써 책의 콘셉트와 내용을 독자의 욕구에 맞게 충실히 설계하는 것이다.
5. 기획 배경 - 현재 시장에서 우리 도서과 왜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기술
6-1. 경쟁도서분석 1 - 키워드를 중심으로 핵심 타겟 시장에 분포된 베스트셀러를 분석했다. 경쟁도서를 분석 후 이들이 포진된 시장의 특징에 대해서도 분석
6-2. 경쟁도서분석 2 - 핵심 타깃 연령대를 중심으로 인기있는 도서를 분석
7. 편집방향
문제는 독자가 한없이 멀리 산발적으로 떨어져 있는 책이다. 독자가 군집되어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애초에 타깃이 뚜렷하지 않은 책을 기획했거나, 확장성을 높이겠답시고 책의 콘셉트를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만들었거나. 이런 마케팅은 흡사 원양어선을 타고 나간 상황 같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책을 사 줄 독자들이 있는 저 먼 바다까지 찾아가 그물을 던지고 독자를 낚아 올려야 한다. 이런 경우 마케팅 비용이란 우리 독자들이 계시는 머나먼 곳까지 배를 끌고 가는 데 필요한 돈을 뜻한다. (127p)
잘 만들어진 제품이 위와 같은 문제를 피해 간다면 제품은 순항할 수 있다. 다행히 나는, 우리는 아직 순항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에는 좋은 책을 기획해서 잘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 안에서 고민한 많은 흔적들이 보인다. 그 흔적들이 많이 보여서 참 재밌게 읽은 책이다.